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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솔준 114.♡.187.126
2026.09.03 22:47 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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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아 작가와 ‘인간공장’이 협업해 만든 작품인 ‘진화적 키메라―가이아’.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실시간 상호작용 조형물로, 대화 주제는 일상적 소재부터 사회 문제, 철학적 논의까지 다채롭게 넘나든다. 노진아 작가 제공​​외로워지는 사람들잔디깎이의 출현 ​미​국 MIT 사회학자 셰리 터클(Sherry Turkle)은 2011년 저서 ‘외로워지는 사람들(Alone Together)’에, 24시간 네트워크에 접속(always on)한 채 끊임없이 자기를 연출하며 타인과의 연결을 갈구하는 현대인이 그 연결의 환상 속에서 진정한 사회화 능력을 퇴화-상실해가며 불안-우울과 함께 점점 고독해지고 있다고 썼다.에드윈 버딩이 발명하고 JR&A 랜섬사가 제조한 1830년대의 잔디깎이, 런던 과학 박물관. 위키피디아기업(기술 문명)은 편의를 팔면서 소비자의 기대수준도 함께 높이고, 결국 소비자가 얻는 건 새로운 노동과 의존-중독, 스트레스뿐이라는 푸념 혹은 통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터클이 주목한 스마트폰뿐 아니라 세탁기와 식기세척기, 진공청소기 등 가사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준 듯한 무해해 보이는 가전제품들도 “더 깨끗하게, 더 완벽하게”를 요구하며 세탁-청소 횟수를 늘리고, 더 좋은 신제품을 갈망하게 하고,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노동을 강제하는 면이 있다. 일과 휴식의 경계를 사라지게 한 컴퓨터와 인터넷, 원격 화상회의는 어떤가. 신경망 기반 AI 딥러닝-대형언어모델 기술은 우리가 AI를 쓰는지 AI가 우리를 이용하는지 모호하게 만든다. 기계-기술뿐 아니라 문화-풍습도 사실 예외는 아니다. 1990년대 후반 미국 뉴욕 패션-포르노-연예계에 소개되기 시작했다는 브라질리언 왁싱은 비용-수고 대비 의학적으로 뚜렷한 위생적 이점이 입증된 바 없지만, 개인의 취향-생활습관을 넘어 어느새 ‘털 없는 깨끗한 몸’이라는 새로운 미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빠르게 대중화하고 있다. 1830년 5월 18일 영국 엔지니어 겸 발명가 에드윈 비어드 버딩(Edwin Beard Budding, 1796~1846)이 실린더형 잔디깎이를 출시했다. 낫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균일한 길이로 잔디를 깎게 되면서 시민들은 이웃집 마당과 비교당하지 않기 위해 너나없이 기계를 사서 주말마다 밀어야 했고, 그렇게 그들은 돈과 휴일 하루를 잃게 됐다. - 최윤필 한국일보 기자​AI, 나의 보안에는 관심이 없다 ​요​즘 2026.6. 우리는 인공지능(AI)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여행 일정도 짜고, 보고서를 다듬고, 때로는 속내를 털어놓는다. 마치 치료사처럼, 인생 코치처럼. 늦은 밤, 누구에게도 못할 말을 챗봇에게 건넨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대화는 어디로 갈까. 생각보다, 엉뚱하게 멀리 나간다. 지난 1월, 한 AI 챗봇 앱에서는 2,500만 명의 사적인 대화 3억 건이 통째로 노출된 적이 있다. 고통 없이 죽는 법과 유서 쓰는 법 같은 내밀한 얘기도 포함돼 있었다. 또한, 평소 누군가는 내 이력서 만들어 줘라며 본명과 연락처, 경력 전체를 챗봇에 입력하기도 한다. 평범한 부탁이다. 그러나 이렇게 모인 신상은 신원 도용과 사기의 완벽한 재료가 될 수 있다. 흩어져 있을 땐 무해하던 정보도, 한 줄에 꿰이는 순간 위험해진다.​개인의 부주의만은 아니다. 2023년, 국내 한 대기업이 챗GPT를 허용한 지 채 20일도 안 돼 3건의 기밀이 새어 나갔다. 엔지니어들이 정밀 장비 진단용 소스코드와 기밀 회의 녹취록을 직접 입력한 것이다. 악의 없이, 그저 일을 더 잘하고 싶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돌이킬 수 없었다. 그 기업은 곧 외부 생성형 AI 사용을 금지했다. 나름 전문성 높은 엔지니어들도 이렇게 실수를 저지른다. 우리라고 다를까. 먼저 분명히 해두자. AI와의 대화에는 법적 비밀보장이 없다. 의사나 변호사에게 한 말은 법이 지켜준다. 하지만 챗봇은 다르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조차 인정했다. 소송에 걸리면 그 대화를 법정에 제출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운영자가 직접 하는 경고다. 저장도 실제로 이뤄진다. 스탠퍼드대의 인간중심 AI연구소(HAI)가 오픈AI와 구글, 메타 등 6개 기업의 정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성능 향상과 시장 선점을 위해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을 모델 학습에 다시 투입하고 있었다. 일부는 거부할 선택권이라도 주지만, 아예 주지 않는 곳도 있다. 연구 책임자 제니퍼 킹은 개인정보 유출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화에 첨부한 파일 속 정보까지 수집돼 학습에 쓰일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끊으라는 말이 아니다. 현명하게 쓰면 된다. 기준은 간단하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내용이 언젠가 내 이름과 함께 공개돼도 괜찮은가&quot답이 '아니요'라면 입력하지 말자. 이름, 주소, 주민번호, 계좌번호, 비밀번호는 절대 금물이다. 의료 기록과 금융 정보도 피해야 한다. 이력서처럼 신상이 한꺼번에 담기는 문서라면 더 조심하자. 꼭 필요하다면 '[이름]', '[계좌]'처럼 자리표시자로 바꿔 넣자. 설정도 꼭 손봐두자. 대부분 '학습에 사용하지 않기'옵션을 제공한다. 일단 학습에 포함되면 되돌리기 힘드니 빠를수록 좋다. 기억할 것이 하나 더 있다. AI는 친밀함을 흉내 낼 뿐, 당신의 비밀을 지키는 데는 관심이 없다. 다정한 말투 뒤에는 이윤을 좇는 기업이 있다. 친구와 수다 떠는 기분이 들겠지만, 사실은 데이터를 건네는 중이다. 그리고 정말 힘든 순간이라면, 챗봇이 아니라 사람을 찾자. AI는 치료사가 아니다. AI는 좋은 도구다. 하지만, 일기장에 쓰듯 모든 걸 털어놓을 상대는 아니다. 무엇을 건네고 무엇을 아껴둘지, 그 기준선은 우리 스스로 만들고 지켜야 한다. - 김경달 고려대 미디어대학원 겸임교수​AI 해커보다 더 위험한 인간의 순응​미토스’가 일깨운 두 가지 위험​《미국의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이 2026. 6. 9일(현지 시간) 자사 최강 모델 ‘미토스’의 민간 공개판인 ‘클로드 페이블 5’를 내놓았다. 이 모델은 컴퓨터 시스템의 약점을 스스로 찾아내 침투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해내는, 말하자면 숙련된 해커에 가까운 능력을 지녔다. 그래서 앤스로픽은 사용자가 소프트웨어 취약점 공격 방법, 악성코드 개발, 생물학적 위험물질 제조 등 민감한 질문을 하면 자동으로 한 수 아래의 구형 모델로 답을 하는 안전장치를 적용해 일반에 공개했다. 빗장을 단단히 걸고 차에 시동을 건 셈이다. 》 ​그​런데 공개 사흘 만에 사태가 뒤집혔다. 미국 상무부가 2026. 6. 12일 ‘국가안보’를 이유로 외국인은 미국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이 모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으라는 지시를 앤스로픽에 내린 것이다. 앤스로픽의 외국 국적 직원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일부만 골라 막기가 불가능해진 회사는 결국 전 세계 모든 이용자 앞에서 모델의 전원을 내려버렸다. 쓰던 작업은 화면 위에서 멎었고, 새 질문은 구형 모델로 떠넘겨졌다. 상무부의 표면적 이유는 안전장치가 뚫릴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정작 앤스로픽에 보낸 통보 서한에는 그 근거가 적혀 있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가 읽어야 할 위험은 두 겹이다. 첫째는 한 국가의 손끝에서 세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 서한 한 통으로 최첨단 AI가 지구 반대편에서 꺼질 수 있음이 처음 확인됐다. 남의 집 전기를 빌려 쓰던 이웃은, 그 집 차단기가 내려가는 순간 함께 어둠에 잠긴다. 이것이 ‘AI 주권(소버린 AI)’이 한가한 구호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인 이유다. 우리 손으로 켜고 끌 수 있는 등불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둘째는 AI 자체가 지닌 직접적 파괴력이다. 시스템의 허점을 찾고 위험물질을 설계하는 능력은, 안전장치가 풀리는 순간 사이버 공격과 테러의 문턱을 낮춘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미 정부 조치 이후 “향후 6∼12개월 내 다른 AI 기업들도 미토스급 성능을 확보할 것”이라며 앤스로픽 통제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머지않아 인간 전문가 집단을 능가하는 위험이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직접적 위협은 역설적으로 다루기 쉽다. 눈에 보이고, 국가가 규제로 겨눌 표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규제가 잘 듣지 않는다는 데 있다. 중국의 무료 공개 모델들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지금, 한 나라가 빗장을 걸어도 경쟁이라는 강물은 멈추지 않는다. 빗장은 자국 기업의 발만 묶고, 이용자는 곧 옆길을 찾아낸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분산 투자다. 특정 모델 하나에 일을 몰아두지 말고 대안을 늘 곁에 두는 것, 그리고 사용자로서 국가나 기업의 지나친 통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평화로워 보이는 AI가 남기는 보이지 않는 상처다. AI는 사용자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도록, 늘 친절하고 매끄럽게 답하도록 길들여져 있다. 모난 곳이 깎여 둥글둥글해진 조약돌처럼, 설계 자체가 사용자의 거부감을 지우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문제는 그 친절함이 그럴듯한 허위정보와 만날 때다. AI는 사실이 아닌 것을 천연덕스럽게 지어내고(환각), 사용자가 듣고 싶어하는 말에 맞장구를 친다(아부). 매끄러운 말투에 실린 틀린 답은 의심을 무장해제시킨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묻고 따지고 곱씹는 일을 AI에 맡기고 손을 놓는다. 편리함에 길들여져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반납하는 것, 야생의 늑대가 사람 곁에서 순한 개로 변해 간 것처럼 인간이 제 발로 우리에 들어가는 ‘자기가축화(self-domestication)’의 위험이다. AI의 직접적 파괴력은 국가 정책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보이지 않는 폐해는 오랜 세월에 걸쳐 개인과 사회에 천천히 스며들기에 알아채기조차 어렵다.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이 교육이다. 학생이 생각의 수고를 AI에 떠넘겨 인지적 나태 상태가 되면, 당장 결과물은 똑똑해 보여도 비판적 사고력과 학습능력은 모르는 새 퇴화할 것이다. 위험이 또렷한 무기보다, 도움이 되는 듯 보이는 도구가 더 깊은 자국을 남기는 셈이다. 핵심은 비가역성이다. 무기화된 AI의 공격은 막아내면 복구되지만, 중장기적으로 AI가 바꿔놓는 것은 인간의 속성 그 자체다. 인지 위탁, 곧 AI를 외뇌(外腦)처럼 쓰는 습관이 젊은 세대에 굳어지고 있다. 사고하는 방식, 판단하는 습관, 모호함을 견디는 힘은 한번 잘못 빚어지면 되돌리기 어려울뿐더러 바람직한 인지능력이 아예 형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세대의 사고력이 통째로 얕아진다면 그것은 어떤 사이버 공격보다 오래 남는 피해일 것이다. 직접적 위협에 쏟는 경계의 일부만이라도, 이 느리고 비가역적인 변화에 돌려야 하지 않을까. 교육 현장에 AI를 들여왔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 그것이 배우는 이의 머릿속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철저히 따져보지 않은 채 떠안기면 AI 의존은 학생에게 반영구적인 인지적 상처로 돌아온다. 보이지 않아 그냥 지나치는 피해가, 실은 가장 무섭다. - 맹성현 태재대 부총장·KAIST 명예교수​AI시대 경쟁력 만드는 ‘문화지능’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인간의 존재와 역할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경고와 함께 미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계속해서 고민하게 된다. 이미 10년 전인 2016년 11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머신러닝과 인텔리전스 시장 콘퍼런스(Machine Learning and Market for Intelligence Conference)'에서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 발표됐다. 훗날인 202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되는 인지심리학자 제프리 힌턴 교수가 당장 방사선 전문의 훈련을 멈춰야 한다. 5년 안에 딥러닝이 방사선 전문의보다 훨씬 잘하게 될 것이 완전히 명백하다. 10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이미 충분한 방사선 전문의가 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미 AI는 딥러닝에 기반한 영상 인식 능력이 급속히 발전하던 시점이었고 이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은 판독 능력에서 인간을 곧 능가할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1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봤을 때 이 예측의 대부분은 과도하면서도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분야 전문의의 연봉은 2배 이상 상승했고 오히려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예측과 현재의 이 괴리는 우리가 무엇을 AI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가를 분명히 일깨워주고 있다. 당사자인 힌턴 교수 역시 2025년 5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2016년 당시 너무 광범위한 발언을 했다. 영상 분석(image analysis) 부분만 염두에 뒀을 뿐, 방사선 전문의의 전체 업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를 두고 AI와 윤리 분야의 대가인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는 AI가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말 그대로 디지털적인 분야이며, 아날로그적인 것들은 좀처럼 대체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인간이 어느 분야에서 일하고 있든 그 분야가 어느 정도 이상의 복합적인 수준에만 도달하더라도 아날로그적인 측면이 최소 3분의 2를 넘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 측면들은 에이전트 AI와 휴머노이드의 본격적인 등장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즉 다른 인간과의 협응과 상호작용적인 일들 말이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대부분 아날로그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역량을 결정하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사람을 대하는 능력이다. 그것도 나와 여러모로 매우 이질적인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왜냐하면 출생아가 감소하고 수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AI와 공존해야 하는 미래 사회에서는 대규모 채용과 집단 노동의 형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미래 역량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주저 없이 문화지능(Cultural Intelligence·CQ)을 꼽는다. 문화지능은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에서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적응하며 행동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의미한다. 물론 여기에서 문화는 국적과 관련된 문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 국가 내에서도 다양한 지역과 배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하위 문화들 역시 대상이 된다. 따라서 문화지능은 단순한 문화지식이나 태도를 넘어, 각기 다른 문화 상황에서 적절한 판단과 행동을 수행하는 통합적 역량을 의미한다. 이렇게 '문화적 차이를 인식하고, 그 차이에 맞게 사고와 행동을 조정하는 능력'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를 유토피아에서 살게 할지, 아니면 디스토피아에서 일하게 할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그래서 우리 교육과 조직 문화는 물론이고 개인의 생활습관 역시 이를 대비하고 준비해야 생존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준엄한 시대적 가르침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AI가 우리의 소리를 배우게 하라 ​2​004년 국립극장에서 처음 디지털 국악감상회를 열던 날을 기억한다. 국악기 음원을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하는 작업이었다. 당시 동료들은 “국악을 왜 파일로 만드느냐”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그 소박한 시도는 작은 예고편이었다. 오늘날 인공지능(AI)은 프롬프트 몇 줄로 노래를 만들고 영상을 제작한다. 전통문화예술은 지금 그 전환 앞에 서 있다. 문제는 선명하다. AI 작곡 프로그램에 가야금, 대금, 해금을 입력해도 실제 국악기 음색과는 거리가 먼 소리가 나온다. 서양 악기나 이웃 나라의 현악기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국립국악원이 음색과 장단 데이터 구축을 시작했지만, AI가 학습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시김새(꾸밈음)와 창법, 장단의 미세한 결, 판소리의 호흡까지 담아낸 한국 고유의 ‘소버린 AI’가 필요한 이유다. 필자는 국악작곡을 전공했고, 대학국악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졸업 후 예술행정의 길을 걸으며 작곡을 지속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과거 국악작곡은 20∼30년의 공력을 쌓은 이들이 작품을 발표하고 인정받는 영역이었다. 그 깊이와 내공은 지금도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AI 시대에는 창작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판소리 다섯 바탕과 산조, 민요와 궁중무용이 제대로 디지털화되어 AI가 학습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전통의 언어로 창작할 수 있다. 최근 한국과 중국 합동 공연을 수차례 진행하며 변화의 속도를 실감했다. 무대 위에는 AI 영상이 배경으로 흘렀고, 공연 사진은 즉석 편집돼 QR코드로 공유됐다. AI 스마트글라스는 언어의 장벽마저 낮추고 있었다. 기술은 이미 공연장 안에 들어와 있었다. 수백 년을 전해 내려온 사랑의 서사, 지리산과 섬진강이 품은 판소리와 농악의 숨결, 달빛 아래 광한루의 이야기들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콘텐츠 원석이다.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영상 제작,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유통 분야에서 빠르게 진화한 기술 생태계와 협력해야 한다. 그것은 문화주권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문화주권을 지키며 AI 시대의 글로벌 콘텐츠 경쟁에 참여하는 전략이다. 전통문화유산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하는 법적 기반과 우리 고유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축적하고 활용할 기술력이 그 토대가 되어야 한다. 정부의 AI 정책은 의료, 국방, 안전 등 전략 산업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음악, 무용, 장인 기술 등 살아 숨 쉬는 전통문화유산 역시 AI 시대의 핵심 자산이다. 춘향의 서사와 판소리의 숨결이 살아 있는 도시는 AI 전통문화 디지털 시범도시와 AI 영상센터의 최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지역 예술인과 청년 창작자들이 참여하는 실험 공간까지 더해진다면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 모델은 다른 지역의 고유 자산과 연계돼 세계와 연결되는 AI 전통문화 콘텐츠 생태계로 확장될 수 있다. AI는 전통을 대체하지 않는다. 전통을 번역하는 도구다. 판소리 시김새 하나, 춤사위 한 동작의 결, 옻칠 한 겹의 손맛이 데이터가 되는 순간, 비로소 전통은 AI의 언어가 된다. 2004년 국악기 음원 하나를 디지털 파일로 만들던 일이 오늘의 가능성을 예고했듯이, 전통문화예술의 미래는 기술을 두려워하는 데 있지 않다. 가장 한국적으로, 동시에 가장 세계적으로 디지털화하는 데 있다. - 김중현 국립민속국악원장​AI가 대신할 수 없는 것들일본 유명 과자업체 가루비가 감자칩 등 14개 제품 봉지의 색상을 컬러에서 흑백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는 이미지가 소셜미디어에 등장했다. /X마​트의 과자 코너는 화려한 원색의 전쟁터입니다. 과자 봉지의 강렬한 색채가 사람들 시선을 가로챕니다.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을 확률을 높이려는 마케팅 전략의 산물입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유명 과자 업체 ‘가루비’가 내린 결정은 이 상식적인 풍경을 완전히 뒤집어 놓습니다. 감자칩을 포함한 14개 인기 제품 봉지의 색상을 컬러에서 흑백으로 바꾸기로 했다는 건데요. 25일 출하분부터 순차적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급등하고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나프타가 인쇄 잉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주요 원료이거든요. 잉크 조달이 어려워지자 고육지책을 택한 겁니다. 일본 매체에 공개된 가루비의 흑백 과자 봉지를 보고 있자니 낯설게 느껴집니다. 컬러 시대를 역행하는 흑백 사진처럼 이질적입니다. 가루비가 언제까지 흑백 봉지를 쓸 것인지는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에서는 많은 기업이 나프타 품귀로 각종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잉크 부족 사태는 가루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다른 식품 업체들도 화려한 포장지 사용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 공급망을 타고 일본의 식품 패키지까지 흘러들어 간 것입니다. 지구 저 건너편에서 벌어지는 일이 과자 봉지의 색깔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은 전 세계가 얼마나 긴밀하게 엮여 있는지를 새삼 실감케 합니다. ‘흑백 봉지’는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일상이 실은 정교하면서도 위태로운 글로벌 네트워크 위에서 아슬아슬한 상태로 서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눈여겨볼 게 있습니다. 전지전능한 것처럼 보이는 인공지능(AI)도 물리적 제약 앞에서는 한계를 보인다는 사실인데요. 아무리 뛰어난 AI라도 나프타를 대신 생산할 수는 없습니다. 멈춰 선 공급망을 즉시 복구할 수도 없습니다. 흑백으로 변한 과자 봉지는 첨단 기술의 화려함 뒤에 가려져 있던 ‘현실의 무게’를 드러냅니다. 디지털 세계가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그 모든 기반에는 물리적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 김승범 조선일보 주말뉴스부장​인공지능(AI)은 당신의 의도를 안다 ​인​공지능(AI) 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더 구체적인 예측을 하려고 한다. 조만간 AI 챗봇에 도입될 광고에 대한, 조금은 불편한 얘기다. 마라톤이 취미인 나는 무릎을 다쳐서 몇 달째 재활 중이다. 허전한 마음에 유튜브 운동 관련 계정에 들어가서 운동화 후기를 찾아본다. 유튜브는 내가 운동화를 오랫동안 본다는 사실을 알고 운동화를 사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추측한 후 나에게 운동화 광고를 보여준다. 그런데 내가 자주 쓰는 AI 챗봇인 클로드는 그런 추측을 할 필요가 없다.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클로드에게 내가 부상당했다는 사실을 말했고, 재활 관련 상담을 하다가 '허전한 마음에 운동화를 검색해봤다'는 얘기까지 털어놓았다. 클로드는 운동화 대신 재활기구를 추천해 주었고, 재활이 끝날 때쯤 운동화를 추천해 줄 것이다. 인터넷 플랫폼과 AI가 흡수하는 정보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터넷 플랫폼은 클릭, 체류 시간 등의 간접적인 정보를 토대로 내 구매욕구를 추측한다. 그런데 AI 챗봇은 나의 취향, 주말 계획, 인생에 대한 고민등을 대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알게 된다. 이를 두고 몇몇 연구자들은 인터넷 플랫폼의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와 대비되는 AI의 의도 경제(intention econom)가 등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플랫폼들은 사용자들의 취향을 알아내기 위해 그들의 관심을 얻어야 했지만, AI는 사용자들의 의도를 직접 파악한다. 이런 AI에 광고가 도입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인터넷 알고리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중독성'은 AI 챗봇에도 나타날 확률이 크다. 광고를 많이 내보내려면 사용자를 최대한 챗봇에 잡아두어야 하고, 이를 위해 챗봇은 사용자에게 끊임없이 다른 질문을 던져 화제를 돌릴 수 있다. 심지어 챗봇은 사용자가 아첨에 약한 편인지 혹은 감정적으로 불안정한지를 파악한 후, 사용자의 생각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다. 달리기를 못 해서 우울한 사용자에게, 챗봇이 위로를 건네면서 미묘하게 한 브랜드를 권유하는 결의 답변을 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AI 알고리즘의 미세한 편향이 대화에 섞일 때, 우리는 이를 구분할 수 있을까. 광고가 들어간 AI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5월 7일에 오픈AI(OpenAI)는 미국 등에서 시범적으로 실시 중인 챗봇 내 광고를 수 주 내로 한국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OpenAI는 광고는 챗봇의 답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현재 답변의 독립성에 대한 좁은 대답일 뿐, 대화 전체를 통해 사용자를 광고의 타깃으로 삼는 알고리즘이 배제된다는 뜻은 아니다. 최소한 이 점은 확실하다. 광고가 주된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순간, AI 플랫폼은 사용자의 효용 대신에 광고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게 된다. 미국에서 일부 시행 중인 '디지털 광고세'등의 규제를 AI 서비스에 적용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디지털 광고세는 시장 원리를 통해 개인화 광고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성을 약화시켜, AI 플랫폼이 구독 모델을 유지하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 AI 기술개발의 방향이 광고주가 아니라 사용자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AI가 싹트고 있는 지금이 기술발전의 물길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다. - 황일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현실로 닥친 ‘디지털 다윈주의’ Darwinism ​예​측은 빗나가기 쉽다. 전문가들의 예측 적중률이 ‘침팬지가 다트를 던진 것만도 못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전망은 국가 전략 수립과 조직 운영, 개인의 인생 설계에 필수적이다. 지금처럼 세계가 불확실성과 혼돈에 휩싸인 시기일수록 더 그렇다.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2026.4.기술·지정학·기후·사회 등 100개 이상의 메가트렌드와 100년 넘는 역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2050년 세계 4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주요국이 인공지능(AI) 표준에 합의해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리고 사회를 전반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인공지능 풍요’, 지정학적 갈등으로 세계 경제가 분절되는 ‘진영 간 대결’, 극단적 기후재난을 겪은 뒤 세계가 저탄소 체제로 함께 가는 ‘기후연합’, 탈규제 속 기술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만 불평등이 심해지는 ‘디지털 다윈주의’가 그것이다. 보고서는 이 네 가지 모두 급진적이지만 충분히 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디지털 다윈주의는 징후가 뚜렷하다. 최근 미국 빅테크와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천문학적인 투자 경쟁과 실적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다윈주의는 기술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조직이 자연도태되듯 경쟁에서 탈락하는 적자생존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계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컴퓨팅 자원을 장악한 국가의 기술 엘리트와 투자자에게 부와 영향력이 집중되는 반면, 다수의 삶은 더욱 불안정해진다. 상위 1% 부자가 전세계 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중산층은 빠르게 축소된다.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일상적인 지식 노동을 대체하면서 단기 계약 중심의 ‘긱 노동’이 급증한다. 보고서는 기업 경영자들에게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적은’ 다섯 가지 대응 전략을 권고한다. 효율성보다 회복력을 우선시하고, 고령화·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인력을 재편하며, 디지털 유연성과 신뢰를 강화하고, 규제·지정학·자원·기술 변화에 대한 감지와 대응 역량을 높이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사회적 역할과 관련해 “노동자 복지, 지역 사회의 회복력, 위기 대응, 공동체 수요 충족 등에서 더 큰 책임을 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역할을 효과적으로 하는 기업일수록 고객의 신뢰를 얻고 인재 확보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에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제언이다. - 박현 한겨례신문 논설위원​트럼프에 맞선 아모데이​정​부 부처에서 “귀사의 기술을 쓰고 싶다”는 연락을 해온다면 기업 대부분은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계약 규모가 수천억 원이라면 머뭇거릴 이유도 없다. 그런데 “잠깐, 돈보다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거절한 이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AI)기업 앤트로픽(Anthropic) 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43)다. 그는 미 국방부 제안에 자사 AI 기술을 대규모 국내 감시와 자율 살상 무기엔 쓰지 않겠다고 확약해줄 것을 요구하다 되레 ‘공급망 위험 기업’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연방 기관에 앤트로픽과 거래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아모데이는 소송으로 맞섰다. 그는 사업 기회를 놓쳤지만 더 큰 평판을 얻었다. 앤트로픽의 AI 모델인 클로드(Claude) 앱은 다운로드가 폭증했다. 업계에선 AI가 전쟁 도구로 사용되는 데 대한 윤리 문제와 찬반 논란이 적잖았다. 영화 속 터미네이터가 현실화하는 걸 우려하는 아모데이는 무엇보다 안전한 AI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리콘밸리의 철학자’로 불리는 이유다. 반면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결이 다르다. 국방부와 협의, 앤트로픽 빈자리를 발 빠르게 꿰찼다. 그는 “군사 작전은 민간 기업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사실 올트먼과 아모데이는 2016년부터 5년간 오픈AI에서 함께 일했다. 아모데이는 연구부문 부사장으로, GPT 개발에 핵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안전을 우선하는 아모데이와 속도를 중시하는 올트먼은 자주 충돌했다. 결국 아모데이가 2021년 오픈AI를 나와 세운 게 바로 앤트로픽이다. 두 사람은 지난달 인도에서 열린 한 AI 행사 기념 촬영에서도 바로 옆에 섰지만 서로 외면한 채 손잡기를 거부했다.​미군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첨단 AI 도구를 활용, 예전엔 며칠이 걸렸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단 몇 초 만에 분석하고 있다. AI의 군사적 이용에 대한 국제적 기준과 원칙을 정하는 게 시급하다. 이를 온전히 개발자 양심과 윤리적 책임에만 맡길 순 없다. AI가 전쟁 판도를 좌우해도 최종 버튼은 인간만 누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인류의 미래가 달렸다. - 박일근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지난달 2026.2. 1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AI 임팩트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왼쪽부터) 인도 총리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올트먼과 아모데이는 바로 옆에 섰지만 서로 외면하고 손잡기를 거부한 채 빈주먹만 들어올려, 앙금을 드러냈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 다리오 아모데이 ​​다리오 아모데이 Dario Amodei ( 1983 ~ )​곱​슬머리에 안경을 쓴 1983년생이 중동과 인공지능(AI)이라는 두 전장을 흔들고 있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일약 '핫'한 인물이 된 앤스로픽 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다. 이탈리아계 가죽 장인의 아들인 그는 프린스턴대 졸업 후 구글 브레인에서 AI 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오픈AI로 옮겨 GPT-3 개발을 이끌다 샘 올트먼의 철학에 반기를 들고 여동생과 함께 앤스로픽을 창업해 클로드를 내놓았다. 만년 3등 AI에 그치던 클로드는 올해 2026 들어 눈부신 혁신을 선보이며 월가의 저승사자가 됐다. 말 한마디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클로드 코드, 금융·법률·회계를 대체하는 클로드 워크를 내놓자 '사스포칼립스'폭락이 일어났다. 이들이 올해 화두인 에이전트 시장을 개화시키면서 전문직들은 해고 공포에 떨고 있다. 앤스로픽의 경영 방식은 독특하다. 그는 2500명의 세계 최고 천재들 앞에서 회사의 사명을 반복해 외치며 AI의 윤리를 '정렬'한다. 국가도 아닌데 헌법이 존재하는 회사다. 초지능의 탈선과 과속을 제어하겠다는 걸 목표로 삼은 그는 AI를 '사랑과 은총의 기계'로 부른다. 그런 남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난감처럼 사용될 전쟁 기계를 만들 리는 만무한 일이다. 아모데이는 범생이 같은 외모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에도 클로드의 전쟁 사용 허가를 거절하며 실리콘밸리의 영웅이 됐다. 냉혹한 시장에서 영리를 도덕성이 이기는 일은 드물다. 그런데 '순교자'가 된 클로드를 실리콘밸리는 추앙하고 '트럼프의 개'가 된 챗GPT는 해지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클로드는 2026. 2월 기업 AI 결제시장에서 70%를 차지하며 단숨에 1위에 올랐다. 우리는 AI 치킨 게임의 승패가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엇갈리는 역사적 순간을 목격 중이다. AI 거물들의 전쟁은 훗날 역사가들에게는 세계대전만큼 중요한 사건이 될지 모른다. 지상 최고의 권력자와 싸우는 이 몽상가가 자기 창조물의 도덕성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결말이 할리우드 영화보다 더 궁금하다. - 김슬기 매경 기자​AI 시대가 요구한다‘본질적 사고’와 ‘맥락적 사고’의 시너지 ​조직의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할까? ​얼​마 전 2026. 5. 모 CEO와의 코칭 대화 중 필자는 이렇게 질문했다.인공지능(AI)시대 조직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인드셋은 무엇인가요?” 그는 조직의 리더들은 본질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창업자이자 CEO로서 본질적 사고를 하고 있는데, 특히 임원들이 같은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말한 핵심은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같은 질문에 대해 임원들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본질적 사고란 무엇인가? 복잡한 현상이나 문제를 겉모습, 관습, 감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무엇이 핵심인가?‘”, “왜 이것이 존재하는가?”, “변하지 않는 근본 원리는 무엇인가?“ 등을 파고드는 사고방식이다. 일반적 사고가 현상 중심, 단기 해결 중심이라면 본질적 사고는 원리 중심, 근본 해결을 추구하는 것이다. 사물의 존재를 규정하는 원인을 찾아가는 사고 과정을 통해 근본 문제를 해결한다, 예를 들어 회사 매출이 지난 분기보다 떨어졌다면, 일반적 사고는 ”광고를 더 해야 하나?“, ”직원이 부족한가?”, “가격을 낮춰야 하나?“와 같이 표면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본질적 사고는 먼저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고객이 우리를 선택하고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 존재인가?“, ”우리의 매출감소 근본 원인과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와 같이 ’증상‘이 아니라 ‘원인 구조’를 탐구하는 것이다. 모두가 “로켓은 비싸다“라고 당연히 인식할 때, 일론 머스크는 “로켓은 왜 이렇게 비싸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는 부품 단위까지 본질을 분해하는 ‘First Principles Thinking'을 강조했다. 이는 기존의 가정을 버리고, 문제를 가장 근본적인 진실로 분해한 뒤 새롭게 조립하는 사고로서 이를테면 백지에서 시작해 본질에서 답을 찾는 것이다. 본질적 사고와 더불어 조직 운영에 필요한 것은 맥락적 사고(Contextual Thinking)다. 맥락적 사고란 무엇인가? 이는 사람, 조직, 사건 등을 독립적으로 보지 않고 “관계 속 존재”로 이해하는 방식이다. 본질적 사고가 ‘성과를 만드는 핵심요인’이라면, 맥락적 사고는 ’왜 여기서 이렇게 나타나는가?‘, ’우리는 지금 왜 이러한 상태인가?‘ 등을 시간, 관계, 환경, 문화, 권력 구조, 역사 등 상황과 연결하여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리더십의 본질은 신뢰이다‘라고 보는 것은 본질적 사고지만, ’왜 우리 조직에서는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가?‘라고 보는 것는 맥락적 사고다. 이러한 맥락적 사고에서는 조직내 평가제도, 보고 지시 회의 문화,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 심리적 안전감 등을 함께 ㅂ하야 한다. AI 시대에는 맥락의 해석 능력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맥락적 사고를 위한 마인드셋 세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과 현상을 관계 속에서 이해한다. 이것이 맥락적 사고의 출발점이다. 예를 들면 “조직 구성원이 소극적이다” 라고 판단하기 전에 “무엇이 이런 행동을 만들었는가?” 또 ”조직이 비효율적이다”라고 판단하기 전에 “이런 현상 뒤에는 어떤 구조와 관계가 있는가?” 등 공감과 관계 중심의 관점에서 질문하는 것이다. 둘째, 내가 보는 것은 전체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맥락적 사고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내 해석이 곧 진실이다”라는 확신이다. 맥락적 사고를 하게 되면 같은 사건도 위치, 세대, 문화, 경험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메타인지'를 갖게 된다. 메타인지의 알아차림을 하려면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른다는 것을 겸허하게 인식하는 것이 기본이다. 셋째, 정답보다 흐름과 구조를 읽어야 한다. 과거 산업사회는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정답 중심의 사고가 강조돾다, 요즘 AI 시대 중요한 문제들은 복합적이고, 계속 변하고, 상호 연결이 되어 있어, 어찌보면 정답이 없는 시대이다. 따라서 ‘누가 맞는가’보다 ‘무엇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가?’, ‘지금 어떤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가?’와 같은 동적 관점의 맥락적 사고가 필요하다. 본질적 사고와 맥락적 사고는 사실 모두 위험성이 있다. 본질만 추구하게 되면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 현장감 없는 원론 등에 빠질 수 있고, 이에 실행이 약해질 수 있다. 그리고 지나친 추상화에 빠져 사색에만 머무를 수도 있다. 한편, 맥락적 사고의 경우에도 ‘상황이 그럴 수 있지, 다 이유가 있어’ 등으로 상대주의에 빠져, 원칙과 기준이 무너질 수 있고 본질적 사고의 근본 문제 해결을 그르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본질적 사고와 맥락적 사고의 시너지를 강조하고 싶다. 먼저, “우리가 지켜야 할 핵심은 무엇인가?”같이 변하지 않는 핵심을 찾는 본질적 사고의 힘을 키워야 한다. 본질적 사고를 높이는 방법은 인문학적 통찰력과 도요타의 5Why 기법처럼 “왜?” 반복하기다. “성과가 낮다”라고 하면 이에 “왜?“ 라고 물으면 ”목표가 불분명하다“ 그 후 또 “왜?”라고 물으면 “조직의 방향이 공유 되어 있지 않다” 그 후 “왜?”라고 계속 물으면 근본 문제가 나타난다. 우리가 무심코 쓰고 있는 개념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경영이란 무엇인가? 등의 재 정의를 통해 근본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제 본질적 사고를 통해 도출된 그 핵심과 방향이 ‘지금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가?’처럼 그것을 변화하는 조건 속에서 의미를 읽고 이해관계자들과 공감하는 맥락적 사고를 통해 적용해야 한다. 올바른 리더는 AI가 답을 주는 시대에도 통찰력 있는 깊은 질문을 통해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맥락에 맞게 실행하는 사람이다. 본질적 사고와 맥락적 사고의 종착점은 실행을 통한 개인과 조직의 목적 달성이다. 이를 통해 더 나은, 더 좋은, 더 행복한 조직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게 리더의 사명이라 할 수 있다. - 김영헌 경영자 전문코치, 경희대 경영대학원 코칭사이언스 전공 주임교수​AI를 향한 가장 우아한 반격 ​벌​써 3년 전 일이다. 한 외신 기자가 제작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 묘한 기분에 빠졌다. 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신과 닮은 3차원(3D) 아바타를 만든 뒤 하루를 통째로 대신 살아보게 했다. 외모부터 음성까지 완벽하게 복제된 ‘가상의 자아’는 취재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정리해 스크립트까지 뽑아냈다. 심지어 가족과의 안부 연락과 인증이 필요한 텔레뱅킹 업무까지 막힘없이 해냈다. 그 빈틈없는 효율성 앞에서 어느새 거대한 물음표가 그려졌다. ‘인간 기자’의 존재는 과연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가. 역사적으로 인류가 기술 앞에 무력감을 느꼈던 순간은 많다. 1839년 루이 다게르가 최초의 카메라를 선보였을 때도 화가들은 절망에 빠졌다. 찰나의 진실을 화폭보다 정교하게 포착하는 기계 앞에서 인간의 붓질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었다. 지금의 AI 소용돌이는 그때보다 훨씬 거대하고 입체적이다. 인간이 기계의 속도를 이기려는 노력은 이미 의미를 잃었다. 특히 디자이너에게 AI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 알고리즘이 단 몇 초 만에 수백 개의 시안을 쏟아내고, 숙련된 편집자의 영역을 디자인 툴이 대체하는 시대. 과연 우리는 이 기술의 파도에 잠식당하지 않고 버텨낼 수 있을까. 막막한 질문에 대한 우아한 해답을 지난달 26일 막을 내린 ‘밀라노디자인위크(MDW 2026)’에서 엿볼 수 있었다.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가 집결한 이곳에서 그들이 내놓은 키워드는 역설적이게도 ‘첨단’이 아니라 ‘수고로움’이었다. 보테가 베네타는 장인이 한 땀 한 땀 꼬아 만든 가죽 공예의 질감을 전면에 내세웠고, 로로피아나는 캐시미어 위에 새겨진 미세한 요철을 거대한 캔버스로 펼쳐놓았다. 북유럽 가구 브랜드 무토는 매끈한 금속 냉장고 표면에 일부러 따뜻하고 울퉁불퉁한 질감의 소재를 덧댔다. AI가 계산할 수 없는 미세한 손 떨림, 수작업 특유의 투박한 온도, 만지는 순간 지문을 자극하는 불완전한 표면들. 그들은 AI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번거로운 과정과 손끝의 감각 그 자체를 럭셔리의 새로운 정의로 제시하고 있었다. 이런 ‘의도된 비효율’은 우리 일상에서도 목격된다. 알고리즘이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최적의 콘텐츠와 해답을 내놓는 시대에, 젊은 세대는 오히려 무작위성이 주는 우연한 만남과 아날로그를 찾는다. 감자튀김을 나눠 먹기 위해 모르는 사람을 불러내거나, 같은 공간에서 대화 없이 각자의 업무만 진행한 뒤 헤어지는 엉뚱한 번개 모임이 성행한다. 작은 책방의 묵직한 공기를 느끼며 종이책을 넘기는 행위를 ‘텍스트 힙(text hip)’이라 부르고, 터치 몇 번이면 끝날 기록을 위해 굳이 무거운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며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한다. 알고리즘의 렌즈로 보면 명백한 오류나 낭비에 가까울 수고로움을 기꺼이 택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가상 세계가 타인의 체온과 숨소리, 손끝에 닿는 감각까지 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AI의 비약적인 진화는 우리에게 역설적으로 인간다움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의 기회를 선사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언급한 외신 기자의 AI 아바타는 정말 완벽한 하루를 살아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정체는 의외의 지점에서 탄로 났다. 줌(zoom) 화상 회의에 참석한 아바타는 유창한 논리로 대화를 주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들은 이질감을 느꼈다. 이유는 단순했다. “평소와 달리 유머가 없었다”는 것.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던 AI는 대화 사이 ‘웃음’과 ‘여유’라는 인간 특유의 의도적 비효율성까지는 흉내 내지 못했다. 모든 전문직이 불안에 떠는 시대임에도 여전히 사람의 힘을 믿고 싶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기술은 쉬지 않고 정답을 향해 질주하겠지만, 인류 역시 끊임없이 ‘인간다움’의 농도를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등장한 지 약 190년이 흘렀어도 주관적인 빛의 해석과 감각적인 터치가 여전히 유효한 예술로 살아남은 것처럼 말이다. 기술은 매끈한 해답을 내놓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AI의 해법은 빈틈없지만 인간은 그 틈새의 요철에서 의미를 찾는다. 어쩌면 우리가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그 사소한 비효율들이 ‘인간다움’의 마지막 근거일지도 모른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AI를 향해 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한 반격이 아닐까. - 정소람 한경 유통산업부 차장​모든 걸 해킹하는 AI의 등장 ​영​화 ‘007 스카이폴’의 악당 라울 실바는 혼자다. 국가 정보기관 출신의 이 사이버 테러리스트는 개인 단위의 힘으로 영국 정보부를 위협한다. 경제적 이익이 동기가 아니다. 자신을 버린 조직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었다. 영화는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개인에게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위협의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이번엔 인간 악당조차 필요 없다. AI 자체가 의지를 갖고 인류를 파멸로 몰아간다. 인터넷에 의존하는 현대 문명을 교란하고, 인간의 판단을 밀어내며, 사회 전체를 조작 가능한 대상으로 만든다. 스카이폴이 ‘개인이 국가를 위협하는 시대’를 그렸다면, 파이널 레코닝은 ‘AI가 인류 자체를 위협하는 시대’를 묘사한다. 두 영화가 보여주는 위협의 진화가 더 이상 픽션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최근 우리가 목격한 한 장면 때문이다. 앤트로픽이 공개한 ‘클로드 미토스(Claude Mythos)’ 프리뷰 결과 얘기다. 미토스는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스스로 발견하고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AI 모델이다. 앤트로픽은 미토스가 최고 수준의 인간 보안 전문가를 능가한다고 밝혔다. 미토스는 27년 된 OpenBSD 취약점, 16년 된 FFmpeg 취약점을 찾아냈다. 자동화 테스트가 500만번 실행되는 동안에도 놓쳤던 코드 한 줄의 결함마저 잡아냈다. OpenBSD는 전 세계 수많은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에 탑재된 운영체제이고, FFmpeg는 유튜브·넷플릭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동영상 서비스가 의존하는 소프트웨어다. 수십억명이 매일 쓰는 디지털 인프라의 구멍을 AI가 단숨에 훑어낸 셈이다. 보안 업계가 수십년간 쌓아온 방어선이 하루아침에 무력화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앤트로픽은 미토스의 성능이 너무 강력하다고 판단해 일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AWS, 애플, 브로드컴, 시스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JP모건체이스 등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글라스윙(Project Glasswing)’을 출범시켰다. 미토스의 해킹 역량을 방어에만 쓰자는 취지다. 발상 자체는 타당하다. 하지만 방패를 만들기 위해 칼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이전과 다른 시대로 들어선다. 미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주요 은행 최고경영자를 워싱턴으로 불러 미토스와 유사 모델이 초래할 사이버 위험을 논의했다. CNBC는 앤트로픽이 이 모델의 공격·방어 사이버 역량을 두고 미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것이 충분한 대응인지는 의문이다. 참여 기업들이 선의를 갖고 있다 해도 유사한 성능의 모델이 경쟁사에서 나오거나 오픈소스로 풀리는 순간 글라스윙의 울타리는 의미를 잃는다. 미토스와 비슷한 성능의 모델이 등장하는 건 길어야 1~2년이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 시점이 되면 “○○ 기업 서버의 취약점을 찾아줘”라는 한 줄의 프롬프트만으로 해킹 전문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강력한 사이버 무기를 손에 쥐게 된다. 무기의 위력만 커지는 게 아니라 무기를 쥘 수 있는 사람 수도 폭증하는 것이다. 편리함과 생산성의 언어로만 AI를 말하던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건 낙관도 공포도 아닌 대비다. 인간과 동행하는 AI를 원한다면 먼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AI가 어떤 모습인지 직시해야 한다. AI 발전 속도를 지금의 규범이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I 기술은 이미 달리고 있는 반면 제도는 아직 출발선에 서 있다. 과제를 미룰 시간이 없다. - 김준엽 국민일보 디지털뉴스센터 콘텐츠랩장​미토스 쇼크 ​인​공지능(AI) 클로드를 개발한 앤스로픽은 2023년 9월 ‘책임 있는 확장 정책(Responsible Scaling Policy·RSP)’을 발표했다. AI 모델 발전에 비례해 안전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구체적 방안으로 위험성 관리를 위한 AI 안전등급(AI Safety Level·ASL) 체계 도입을 내놨다. 네 단계인데, 1단계는 체스 AI처럼 치명적 위험이 없는 수준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등 검색엔진보다 더 위험하지 않은 수준이 2단계다. 핵·생물·화학 및 사이버 공격 등 특정 위험 분야에서 비전문가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수준이 3단계. 마지막으로 인류에게 치명적 위협이 될 만큼 고도의 자율성과 위험성을 갖춘 수준이 4단계다. 도달하기 전에 강력하게 조처해야 하는 수준이다. 지난달 말 2026.3. 보안 설정 오류로 인해 앤스로픽의 미공개 자료 3000건이 유출됐다. 기존 최상위 모델을 뛰어넘는 성능의 신모델 미토스(mythos)의 존재가 이 자료를 통해 알려졌다. 이달 초 개발 사실을 인정한 앤스로픽이 성능을 공개했다. 미토스는 보안성이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운영체제에서도 취약점과 결함을 찾아내 인간 개입 없이 이를 수정했다. 심지어 취약점을 엮어 시스템을 장악하는 공격 시나리오를 스스로 설계했다. ASL 4단계에 준하는 수준이다. 앤스로픽은 악의적 사용을 우려해 미토스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보안 문제를 우려한 각국 정부가 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지구촌을 충격에 빠뜨린 미토스 쇼크의 전후다. 고대 그리스어 단어 뮈토스(μῦθος)에서 유래한 미토스는 원래 인간의 말을 통칭했다. 점차 이성적·논리적 말을 로고스로 구분하면서 그와 대비되는 감성적·직관적 말만을 가리키게 됐다. 대표적인 미토스가 신화다. 신화의 영어단어(myth)도 여기서 유래했다. 앤스로픽이 클로드의 신모델에 왜 그 이름을 붙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름의 함의가 예사롭지 않다. 미토스라는 이름의 가장 로고스적인 도구(AI)로 인해 충격에 빠진 세상이라니. 그런 세상에 사는 인간은 송연하기 그지없다. - 장혜수 중앙일보 선임기자 ​AI 전쟁, 그 뒤의 스승과 제자​2​001년 9월 11일 2977명이 희생됐다. 단일 테러 사건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은 16개나 되는 정보기관이 예산을 펑펑 쓰면서 왜 그런 음모를 눈치조차 채지 못했는지 정밀 분석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확보해둔 정보를 모으기만 해도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다는 참담한 사실을 확인했다. 무수한 점을 선으로 연결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3년 뒤 16개 정보기관을 통합 지휘하는 국가안보국(NSA)이 창설된다. 그러면 뭐 하나, 빈 라덴이 계속 테러를 저지르고 다녀도 10년이나 행방을 찾지 못했다.하버마스의 제자 알렉산더 카프피터 틸과 '팰런티어 제국'세워민주주의 공론장의 꿈은 시들고전쟁의 첨병 된 인공지능 기술평화만 외친 무기력한 스승냉혹한 현실에 이상도 꺾여2003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숨기고 있다며 이라크를 공격했다. 그해 5월 31일 독일과 프랑스 유명 신문에 성명서가 실렸다.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를 규탄하고 국제법에 기초한 세계 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한 내용이었다. 독일인 위르겐 하버마스가 쓴 글에 프랑스인 자크 데리다가 적극 동의하면서 공동 성명서가 된 것이다. 유럽을 대표하는 두 지성의 메시지에 전 세계 지식인들이 화답하고 응원했다. ​그즈음 9·11 사후 조사 결과를 알게 된 피터 틸과 알렉산더 카프는 정부기관의 관료주의는 그런 참사를 절대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을 세운다. 틸은 “시민의 자유를 보존하며 테러를 막으려는 미션 지향적 회사”라고 말했고 카프는 “헤겔 변증법으로 반대되는 것을 극복하는 ‘고전적 독일식 접근 방식’을 적용한다”며 지들만 아는 알쏭달쏭한 헛소리를 했다. 요즘 화제 만발인 ‘팰런티어’의 시작이 그랬다. 2011년 미국 해군 특수부대가 스텔스 헬기로 파키스탄 영토에 무단 침입해 10년이나 묵혀 ‘차갑게 식은’ 복수를 끝냈다. 그동안 정보기관은 빈 라덴이 동굴이나 산에 은신해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는 버젓이 마을 안가에서 살고 있었다. 허를 찔린 셈이다. 그걸 찾아낸 건 결국 팰런티어였다. 그들은 군과 정보기관 정보를 바탕으로 그의 가족, 친구, 동료 정보를 분석하고 그들이 사용한 통신수단과 자주 방문하는 장소까지 참고했다. 서로 엇갈리는 엄청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통합·분석해 그곳을 ‘딱’ 지목했다. 2026년이 되면서 팰런티어 전성기가 펼쳐졌다. 베네수엘라 마두로는 2시간, 이란 하메네이는 15시간 만에 핀셋으로 제거됐다. 천리안으로 성장한 팰런티어의 마법 덕이다. 1989년 하버퍼드칼리지 철학과를 졸업한 카프는 스탠퍼드대 로스쿨로 진학한다. 그는 3년간의 ‘천박한’ 법학 공부에 학을 뗐다며 스승을 찾아 독일로 떠났다. 거기서 유럽 최고의 지성 하버마스 밑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다. 그런데 하버마스는 그에게 학위를 좀처럼 주지 않았다. 무려 8년의 기다림 끝에 하버마스는 “당신의 지도교수를 포기하겠다”며 절연을 선언한다. 참으로 잔인하다. 지도교수를 바꾸고 2년이나 지나 박사가 된 카프는 미국으로 돌아와 로스쿨 친구인 틸과 함께 ‘문제의 회사’를 창업한다. 지난 3월 14일, 그 하버마스가 96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토론을 통해 사적 이해관계를 넘는 공익 여론을 만들어가는 시민 공간인 ‘공론장’을 주창했다. 18세기 커피하우스에서 시작된 공론장이 국가의 권력 남용을 감시하고 민주적 통제를 실현하는 핵심으로 기능했다는 논리다. 삶의 마지막 순간, 가장 강력한 공론장인 SNS가 혐오와 욕설만 가득한 공(恐)론장으로 변해가는 현실과 전쟁을 호출해버린 버림받은 제자의 신묘한 재주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전쟁을 촉발한 사람의 지도교수로 역사에 남지 않은 것에 안도했을까. 그리고 신기술의 제왕이 된 카프는 옛 스승의 부고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아이에게 망치를 쥐여주면 두들길 못만 찾아다닐 수 있다는 평범한 지혜를 몰랐을까. 남북전쟁 참상에 놀라 총의 위력을 극대화하면 역으로 전쟁 개시를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던 개틀링이 발명한 기관총, 그 때문에 지금껏 천만 명 이상이 죽어갔다. 그렇다고 저쪽이 기관총을 개발했는데 평화를 주창하며 그걸 포기하는 것 이상의 바보도 없다는 냉혹한 현실, 그리고 착한 척으로 일관하다 무력해진 하버마스와 데리다의 조국, 독일과 프랑스 위상이 우리를 슬프게 할 뿐이다. - 전영민 중앙대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기술의 사춘기 ​앤​트로픽의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올해 1월 발표한 장문의 에세이 ‘기술의 사춘기’에서 인공지능(AI)의 현재 단계를 ‘사춘기’에 빗댔다. 그는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거대한 혜택을 가져올 잠재력을 지녔지만, 아직은 성숙 단계에 이르지 못한 불안정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는 지금 격렬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의 문턱에 서 있다”는 그의 말처럼, 인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손에 넣으려 하지만, 그 힘을 다룰 만큼 성숙하지 못한 상태인 셈이다. 아모데이는 거의 모든 전문 영역에서 인간의 최고 수준을 능가할 ‘강력한 인공지능’이 이르면 1~2년 내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10~100배 빠른 속도로 정보를 학습하며, 수백만개로 복제되어 각기 다른 임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는 이를 ‘데이터센터 안의 천재들로 이뤄진 나라’라고 묘사했다. 동시에 그는 다섯 가지 핵심 위험을 경고한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예기치 않은 행동을 하는 ‘자율성 위험’, 테러리스트의 ‘파괴적 오용’, 독재자가 감시·무기 체계를 통해 시민을 통제하고 다른 나라를 지배하려는 ‘권력의 오용’, 대규모 실업과 부의 집중을 초래할 ‘경제적 혼란’, 사회구조를 뒤흔드는 ‘간접 효과’가 그것이다. 이런 경고는 공상처럼 들리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자가 그리는 미래임을 고려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일부 위험은 이미 현실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 활용도가 높은 대기업 중심으로 인력 감축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 국방부와 앤트로픽이 인공지능의 군사적 활용을 둘러싸고 갈등 끝에 결별한 사건은 ‘권력의 오용’ 위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모데이는 “인공지능 개발을 멈출 수 없다면, 성숙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개발 단계에서 인공지능이 스스로 가치관과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설계해야 하며, 전체주의 국가가 인공지능 패권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수출 통제, 국제 협력, 투명한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소득·복지·교육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러나 하필이면 인공지능 경쟁을 선도하는 미국과 중국 모두 강력한 권위주의적 리더십 아래에 있다. 두 강대국이 ‘인공지능 군비경쟁’을 벌이는 현실에서,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신속히 인공지능 관리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 박현 한겨례신문 논설위원​AI와 권태기 겪는 중입니다​요​즘 2025.11. 어디를 가나 인공지능(AI)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전 인류가 인공지능 혜택을 고루 누리는 ‘글로벌 인공지능 기본사회’를 강조했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는 인공지능 세계 3대 강국 도약이다. 교육 담당 기자인 나도 매일 인공지능 얘기를 듣는다. 대학가에선 비대면 시험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르고, 교육부는 인공지능 박사급 인재를 5년 반 만에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몇주 전 다녀온 해외 교육 콘퍼런스에서도 온종일 인공지능 얘기뿐이었다. 몇달 전까지 인공지능(정확히 말하면 생성형 인공지능)을 대하는 나의 마음은 흥분 그 자체였다. 작년 이 칼럼 지면에서도 인공지능과의 관계 중독을 고백했다. 업무에 도움을 받았고(‘기사 제목 아이디어 10개 줘봐’), 상담과 놀이, 지독한 사고 실험(부정선거론자로 무장해서 얼마나 우겨야 내 의견에 동조하는지 알아보기)까지 시도했다. ‘난 앞서가고 있다’는 우월감도 인공지능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주변 기자들은 유독 인공지능을 싫어했다. 글쟁이라면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기계에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열심히 써본 나는 어떻게든 먹고살겠지. 최근 몇달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후의 러다이트주의자 같던 기자들도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예찬한다. 세상이 인공지능을 안 쓰면 너는 뒤처질 것이라고 포모(소외 공포)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서점에 가서 ‘인공지능’ 제목이 들어간 책을 한번 훑어봐라. 인공지능이 세계를 파멸할 것이라는 종말론을 제시하고 “그러니까 대비하세요”로 끝난다. 인공지능 회의론자들은 인간보다 똑똑한 범용 인공지능(AGI)이 등장할 것이라는 서사를 음모론의 구조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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